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The Glory)’는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학교폭력(학폭)의 피해자가 겪는 트라우마와 그로부터의 회복 과정을 집중 조명한 작품입니다.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의 서사는 단지 통쾌한 복수에 그치지 않고, 학폭 생존자로서의 감정과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주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더 글로리’가 어떻게 학폭 생존자에게 위로와 연대를 건네는 작품이 되었는지를 3가지 핵심 포인트로 분석합니다.
1. 현실과 닮은 학폭 묘사, 침묵의 공범까지 그리다
‘더 글로리’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학폭 장면을 적나라하게 재현하면서도 폭력의 구조와 그 배후를 함께 다뤘다는 점입니다. 드라마 초반 문동은이 당하는 고데기 화상, 신체 폭행, 협박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한국 사회에서 학폭이 얼마나 참혹한가를 드러내는 도구로 기능합니다. 하지만 ‘더 글로리’는 단순히 가해자만을 악으로 그리고 끝내지 않습니다. 교사, 경찰, 부모, 친구 등 침묵하거나 방조한 모든 어른들이 학폭의 ‘공범’으로 묘사됩니다. 이는 학폭의 책임이 단지 또래 학생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른 사회 전체가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내죠. 이처럼 드라마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재현하고, 그들의 고립감, 수치심, 복합적 감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이는 시청자에게 단지 가해자 응징의 쾌감이 아닌, 학폭 생존자에 대한 깊은 공감과 성찰을 유도하는 강력한 장치입니다.
2. 복수는 끝이 아니라 과정, 생존자의 회복서사
‘더 글로리’는 기존 복수극과 다르게, 복수를 통한 통쾌함보다는 ‘복수 이전과 이후의 감정 변화’에 집중합니다. 문동은은 오랜 시간 준비 끝에 가해자들을 하나씩 무너뜨리지만, 드라마는 그녀의 감정을 단순한 ‘승리감’으로만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녀는 복수 과정에서 계속해서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 고통을 재경 험하며, 또 다른 생존자들과 만나며 변화해 갑니다. 특히 강현남(염혜란 분)과의 연대는 단순한 공조를 넘어, 서로의 상처를 감싸는 따뜻한 연대감으로 그려집니다. 복수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마주하고 회복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메시지는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시청자는 문동은의 냉철함보다 그녀의 고요한 눈물과 내면의 울림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이는 실제 학폭 생존자들에게 "당신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고, 회복도 가능한 여정이다"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합니다.
3. 피해자 중심 서사의 힘, 연대와 치유를 말하다
‘더 글로리’의 가장 큰 미덕은, 피해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밀도 있게 전개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복수극이 가해자를 중심으로 구성되거나, 피해자의 고통을 극적 장치로 소비하는 반면, 이 드라마는 문동은의 시선, 기억, 감정 흐름을 따라가며 서사를 전개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결코 완벽한 ‘히어로’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트라우마에 휩싸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인간관계에 벽을 세우며, 때로는 복수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변화는 외적인 성공이 아닌, 내면의 성장과 용기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마지막 회에 가까워지며, 문동은은 스스로를 ‘불쌍한 피해자’가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다시 정의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학폭 생존자에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당신은 피해자이지만, 당신의 삶은 그로 정의되지 않는다”—를 전달합니다. 또한 문동은이 복수 과정에서 만든 새로운 관계들, 즉 자신의 편이 되어준 인물들과의 작은 연대는 모든 피해자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를 건넵니다. 이 드라마는 그렇게 고통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회복과 희망의 서사를 놓치지 않습니다.
‘더 글로리’는 단순한 장르물이 아니라, 학폭 생존자의 시선으로 복수와 회복을 다룬 진심 어린 드라마입니다. 현실의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을 직시하며, ‘복수는 끝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많은 이들이 학폭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피해자에게 위로와 연대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진 누군가에게, ‘더 글로리’는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말해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