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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는, K-좀비의 정점

by bomsaone 2025.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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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포스터, 피투성이가 된 교복 입은 학생들이 좀비 떼를 피해 학교 복도를 달리는 긴박한 장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장르에 익숙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한국식 해석의 진수를 선보인 작품입니다. 단순히 좀비로부터 도망치는 생존극이 아니라, 고등학생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나이를 활용해 집단 심리, 학교폭력, 윤리의식 등 다양한 메시지를 동시에 전하며 K-좀비물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습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로, 이 글에서는 ‘지금 우리 학교는’이 K-좀비 장르의 정점에 선 이유 3가지를 중심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학교라는 폐쇄 공간, 극한의 몰입을 만든 무대

‘지금 우리 학교는’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배경 설정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좀비물은 도시나 전 세계를 무대로 삼는 반면, 이 작품은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에 초점을 맞추며 극도의 몰입감을 형성합니다. 교실, 복도, 체육관, 급식실, 옥상 등 익숙한 공간들이 공포와 긴장감의 중심 무대로 바뀌며, 시청자들은 마치 본인이 그 안에 갇혀 있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고등학생이라는 나이대 또한 주요합니다. 이들은 군사 훈련을 받은 성인이 아니며, 생존을 위한 전략이나 기술도 갖추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감정적으로 솔직하고 충동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사건은 예측불가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특히 친구를 잃는 상황, 감염의 공포, 도움을 외면하는 어른들의 모습 등은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공포를 넘은 분노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카메라 연출과 음향도 이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좁은 공간에서의 클로즈업, 교차 편집, 불규칙한 호흡의 사운드는 생존 서사의 리얼리티를 높이며 시청자의 공감과 몰입을 유도합니다. 이처럼 ‘학교’라는 장소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극 전체를 지배하는 심리적 폐쇄성과 함께 작품을 완성시키는 중심 축입니다.

2. 한국 사회의 문제를 비유한 좀비 서사

K-좀비 콘텐츠의 특징 중 하나는 단순히 괴물과의 사투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맥락과 비판 의식을 담아낸다는 점입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도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기존 좀비물 중에서도 가장 노골적으로 학교 폭력, 권력 구조, 이기주의를 드러낸 작품입니다. 좀비 바이러스가 처음 퍼지게 되는 계기는 왕따와 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을 지키기 위해 과학 교사가 벌인 실험에서 시작됩니다. 이는 단순한 바이러스 유출 사건이 아니라, 무관심한 사회와 폭력에 대한 복수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와 방관이 결국 어떤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좀비가 된 학생들을 죽일 수 없어서 망설이는 주인공들, 감염 여부를 두고 친구를 의심하고 배제하는 장면 등은, 집단 속 윤리적 딜레마와 인간성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이는 단순한 공포나 액션 그 이상으로 시청자들에게 ‘내가 저 상황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이처럼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라는 장치를 통해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특히 청소년과 교육의 문제, 무책임한 어른들의 시스템 등을 압축적으로 담아냈으며,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공감 가능한 보편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3. 캐릭터 중심 전개와 감정의 서사화

‘지금 우리 학교는’이 단순한 좀비 액션물을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캐릭터 중심의 감정 서사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모든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그려지며, 단순한 ‘주인공과 좀비’의 대립 구도를 넘어서 인간 군상극을 구성합니다. 주인공 온조, 청산, 남라, 수혁을 중심으로 한 청소년 캐릭터들은 각자 트라우마와 상처, 책임감과 우정을 안고 있습니다.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가치와 사람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되며, 이들이 보여주는 성장 서사는 감동과 여운을 남깁니다. 예를 들어 청산이 동생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거나, 남라가 감염의 경계선에서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장면은 강한 감정선을 이끌어냅니다. 또한, 캐릭터 간의 감정선이 꼼꼼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요소입니다. 우정, 첫사랑, 가족애, 배신, 용서 등 다양한 감정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으며,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캐릭터에 더욱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단순히 ‘누가 살고, 누가 죽을까’가 아닌, ‘그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드라마입니다. 마지막으로 ‘좀비화’라는 물리적 변화를 통해 사람의 본성이 드러난다는 상징적 연출도 인상 깊습니다. 이 작품은 감염이라는 외부 요인을 통해 등장인물들이 숨겨왔던 두려움, 이기심, 책임감, 사랑 등을 드러내며, 좀비 장르가 감정과 인물 중심으로도 얼마든지 깊이 있게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단순한 좀비물의 틀을 깨고, 사회적 메시지와 감정의 깊이를 담아낸 수작입니다. 학교라는 밀폐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서스펜스, 한국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풍자,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성장 서사는 이 작품을 단순한 장르물이 아닌 K-콘텐츠의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아직 이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으셨다면, 지금 바로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K-좀비 장르의 정점을 체험해 보시길 바랍니다.